인구 감소와 지방소멸 위기에 놓인 농촌에서 주민 모두에게 매달 일정액을 지급하고, 그 돈을 다시 지역 안에서 쓰게 하는 기본소득 실험이 진안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첫 지급액은 7·8월분을 합친 1인당 30만원으로, 앞으로는 군민 1명당 매월 15만원이 지역경제를 순환하게 된다.
진안군은 31일 진안읍 로컬푸드직매장 광장에서 ‘진안군 농어촌 기본소득 첫 만남의 날’을 열고 농어촌 기본소득 첫 지급을 기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공모 시범사업으로 추진되는 농어촌 기본소득은 주민에게 현금을 일회성으로 지원하는 방식과 달리 정기적인 소득을 보장하면서 지역 내 소비를 유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주민 생활 안정과 소상공인 매출 확대를 함께 끌어내 지역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첫 지급은 7월과 8월분을 합산해 1인당 30만원으로 이뤄졌다. 기본소득은 선불카드인 ‘빠망카드’를 통해 지급되며, 진안군은 이번 첫 지급을 시작으로 ‘월 15만원의 기본소득’이 주민 생활과 지역 상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본격적으로 확인하게 된다.
이날 행사에는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직접 참석해 농어촌 기본소득의 출발을 축하했다. 전춘성 진안군수와 김명갑 진안군의회 의장, 전용태 전북도의원과 군의원, 진안군 사회적경제지원센터·마을만들기지원센터 등 지역 공동체 조직 관계자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첫 빠망카드는 진안에서 농촌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주민들을 상징하는 세 팀에게 전달됐다. 단순히 연령이나 거주기간을 기준으로 대표자를 선정하기보다 농촌유학과 청년농업, 귀촌·창업 등 진안군이 지역소멸 대응 과정에서 주목하는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주민들이 무대에 올랐다.
정천면 조림초등학교에서 농촌유학 3년 차를 맞은 김진국·전송희 부부와 세 자녀가 첫 번째 가족으로 참여했다. 축산업에 종사하는 청년 영농후계자 김정호·이지예 부부와 미취학 자녀 세 명도 빠망카드와 꽃다발을 받았다.
청년 셰어하우스 ‘오래’에 입주해 생활하면서 진안에서 필라테스 학원을 운영하는 귀촌 청년 창업인 이정철 대표도 주민 대표로 참여했다. 농촌에서 아이를 키우는 가족과 농업을 이어가는 청년, 지역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든 귀촌 청년을 통해 기본소득이 정주와 생활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셈이다.
기본소득의 또 다른 축은 지역 소상공인이다. 행사장에는 면 지역 가맹점들이 참여하는 ‘우리동네 빠망장터’ 15개 특설 부스가 마련돼 지역 특산물과 생활용품 등을 판매했다.
기념식을 마친 송 장관과 전 군수 등 참석자들은 빠망장터를 돌며 상인들을 만났다. 기본소득이 주민에게 지급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지역 가맹점의 소비와 매출로 이어져야 한다는 정책 취지를 현장에서 확인하는 일정이었다.
송 장관과 전 군수는 진안로컬푸드 직매장 입구에 ‘농어촌 기본소득 가맹점 스티커’를 직접 부착한 뒤 일일 계산원으로 나섰다. 주민들이 고른 농특산물을 계산하고 빠망카드 결제를 도우면서 기본소득을 직접 사용하는 주민들의 의견도 들었다.
현장 소비를 끌어내기 위한 행사도 함께 진행됐다. 빠망카드 시스템 운영사인 마이비와 진안군 먹거리사업추진단의 지원으로 이날 행사장에서 1만원 이상을 결제한 주민 가운데 선착순 400명에게 진안산 무항생제 달걀 10구를 제공했다.
진안군이 기대하는 정책 효과는 기본소득 지급액 자체보다 지급된 돈이 지역 안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있다. 주민에게 매달 안정적인 소비 여력을 제공하고 이를 지역 가맹점에서 사용하도록 해 소상공인의 매출로 연결한 뒤 지역경제 안에서 자금이 다시 순환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농촌유학 가족과 청년농업인, 귀촌 창업인을 첫 지급의 상징적인 주민으로 내세운 것도 기본소득을 인구정책과 연결하려는 진안군의 방향을 보여준다. 앞으로 주민의 생활 안정뿐 아니라 지역 내 소비와 소상공인 매출, 청년과 가족의 정착 등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의 성과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전춘성 진안군수는 “농어촌 기본소득은 단순한 현금성 복지를 넘어 소상공인과 주민이 상생하며 지역경제를 살리는 든든한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오늘 첫 지급된 빠망카드가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아이 키우기 좋은 진안, 청년이 돌아오는 ‘기본사회 진안’을 만드는 굳건한 디딤돌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더펜뉴스 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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