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공개 경고는 분명했다. 금융권 장기집권 구조, 내부 이너서클의 권력 독점, 그리고 그로 인한 부패 가능성에 대해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러나 JB금융지주의 대응은 정반대였다. 침묵도 아니고 유보도 아니었다. 사실상 “우리는 상관없다”는 태도였다.
대통령이 직접 “소수가 돌아가며 해 먹는 구조”라고 표현했음에도, JB금융 내부에서는 전북은행장 인선을 둘러싼 논란을 단순한 외부 소음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는 정황이 잇따르고 있다. 대통령의 발언은 정치적 메시지로 치부되고, 실제 의사결정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이재명 정부를 개의치 않는 수준을 넘어,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정권 초반, 대통령이 금융당국을 공개적으로 질타하는 이례적 상황에서도, 해당 금융지주는 인선 방향을 수정하기는커녕 기존 결정을 정당화하는 내부 논리 정리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배경에는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의 자신감이 자리 잡고 있다. 김 회장은 금감원 출신으로 감독 시스템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다. 여기에 JB금융 이사회에는 금융위원회 출신 인사까지 포진해 있다. 감독과 정책 양축을 모두 경험했거나 연결된 인적 구조 속에서, 김기홍 체제는 스스로를 사실상 제재 불가능한 영역에 놓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감원에서도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다”, “금융위와도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설이 공공연히 돌고 있다. 공식 확인은 없지만, 이런 말이 아무 제동 없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JB금융이 현 정부의 금융 개혁 기조를 얼마나 가볍게 보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대통령의 경고 이후에도 내부에서는 “특검만 끝나면 끝”이라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다는 점도 논란을 키운다. 이는 사법 리스크를 실체가 아닌 일정 관리의 문제로 치환한 것으로, 현 정부의 국정 기조와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대통령은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는데, 금융지주는 시간만 버티면 된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대주주 격인 삼양홀딩스의 태도다. 금융권에서는 “이 정도 사안이면 대주주가 나서서 제동을 걸어야 정상”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삼양홀딩스는 끝까지 침묵하고 있다. 회장의 장기집권, 특검 수사 연루 인사의 요직 검토, 대통령의 공개 경고라는 삼중 리스크 앞에서도, 대주주는 아무 말이 없다.
이 침묵은 단순한 관망이 아니라, 사실상 김기홍 체제에 대한 묵인 또는 방조로 읽힌다. 대주주가 움직이지 않으니 이사회도 움직이지 않고, 이사회가 움직이지 않으니 회장은 더 대담해진다. 그 결과 대통령의 메시지는 현장에서 증발하고, 금융지주 내부 논리가 국정 기조를 압도하는 기형적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이재명 정부의 첫 금융 권위 시험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이 직접 경고했는데도 바뀌지 않는 금융지주가 존재한다면, 그 자체로 정부의 개혁 의지에 대한 도전이기 때문이다. 지금 JB금융의 태도는 협조도 아니고 중립도 아니다. 사실상 정면 무시다.
전북은행장 인선은 이제 단순한 지방은행 인사가 아니다. 김기홍 회장의 9년 장기집권 체제가 정부 위에 군림할 수 있는지, 금융당국의 감독 권한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그리고 삼양홀딩스라는 대주주가 책임을 질 의지가 있는지를 가르는 정치적 시험대가 됐다.
이 상황을 그대로 넘긴다면 남는 메시지는 하나다. 대통령의 경고조차 통하지 않는 금융지주, 정부를 두려워하지 않는 회장, 책임을 회피하는 대주주가 공존하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신호다. 그 신호를 이재명 정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이제 금융권 전체가 지켜보고 있다.
강방식 / 참여민주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