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한 공동주택 개발사업은 오랜 기간 주택 공급 부족으로 인해 인구 감소와 지역 침체가 이어져 온 곳에서 시작됐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민간 시행사가 부지를 계약하고 인허가 절차를 진행했으나, 문화재 보호구역과 각종 개발 제한으로 인해 반복적인 보완 요구가 이어졌다. 수차례 협의를 거쳐 3년 만에 어렵게 인허가를 받았지만, 그 과정에서 상당한 토지대금과 용역비, 금융 비용 부담이 누적됐다.
금융시장 환경도 녹록지 않았다. 브릿지나 PF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한 금융기관이 사업성과 정책적 필요성을 인정해 PF 주선을 맡았고, 주택금융공사(HF) 보증서 신청까지 이어졌다. 초기 미팅에서는 신청 금액을 조정하면 심의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안내가 있었고, 시행사는 사업 조기 추진을 위해 이에 따라 신청 금액을 일부 조정했다.
그러나 최근 HF 측에서 시공사 대표의 개인 연대보증이 있어야 심의가 가능하다는 새로운 요구가 제기됐다. 이는 일반적인 도급 구조에서 통상 요구되지 않는 사항이며, 실권자를 잘못 판단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실질적 책임자는 시행사 대표이며, 시공사 대표에게 개인 보증을 요구하는 것은 구조상·관행상 적절하지 않다. 동일한 구조로 PF 보증을 받은 경험이 있음에도 이번과 같이 시공사 대표 개인 보증을 요구받은 것은 처음이다. 미이행 시 보증 심의가 중단될 수 있다는 언급까지 나오면서 사업 진행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HF 주택금융공사의 보증 문턱이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점이다. 그 결과 보증이 1군 대기업 건설사 중심으로만 발급될 가능성이 커지고, 지방 기반의 중견·중소 건설기업은 금융 접근에서 점차 배제된다. 이로 인해 지역 건설기업은 기회를 잃고, 지역 경제 회복은 지연되며, 주택 공급 부족과 인구 유출이라는 악순환이 지속된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민간 개발을 넘어 정부의 ‘지방 중심 건설투자 보강’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공동주택 공급 확대는 인구 유입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핵심 기반이며, HF 보증이 조기에 발급될 경우 공사 지연 방지, 분양 안정화, 일자리 창출 등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보증이 지연되면 정책 목표 달성과 지역 회복 모두에 차질이 생길수밖에 없다.
지방 소멸 위험이 현실화되고 지역 경제의 자생력이 시험대에 오른 상황에서, HF 주택금융공사의 높은 보증 문턱은 재검토가 필요하다. 정부 정책 방향에 맞춰 지역 건설기업도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정책 의도와 현장의 현실 간 괴리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지난 3년 동안 까다로운 인허가 과정과 어려운 금융 환경 속에서도 지역 경제 회복을 위해 사업을 성실히 추진해 온 시행사와 건설기업의 노력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실권자 판단을 명확히 재검토하고, 시공사 대표 개인 연대보증과 같은 과도한 요구를 완화하거나 철회함으로써, 정책적 의미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지방 중심의 건설투자와 지역 회복은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문턱 높은 금융규제가 아니라, 정책 목표에 부합하는 신속하고 합리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김민우ㅣ 더 케이글로벌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