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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기억이 도시의 역사가 되다

개관 1주년 맞은 익산시민역사기록관, ‘기록도시 익산’의 현재를 쓰다

 

일제강점기인 1930년 건립된 옛 익옥수리조합 건물이 시민의 기억을 품은 기록 공간으로 다시 숨을 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 23일이었다.

 

오랜 시간 제 기능을 잃고 남아 있던 건물은 익산시민역사기록관으로 새롭게 문을 열며 시민의 삶과 기억을 담는 장소로 거듭났다. 이곳에 쌓이는 기록은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쓰이며 도시의 역사로 확장되고 있다.

 

익산시는 익산시민역사기록관이 개관 1년 만에 지역 기록문화의 중심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고 15일 밝혔다. 기록관은 단순한 전시·보존 시설을 넘어 시민이 참여하고 소통하는 기록 플랫폼으로 운영되며 ‘기록도시 익산’의 정체성을 구체화하고 있다.

 

익산시민역사기록관의 가장 큰 특징은 기록의 주체가 시민이라는 점이다. 시는 2021년부터 민간 기록물 수집 공모전을 운영하며 시민 참여형 기록 수집을 추진해 왔고, 그 결과 현재까지 393명의 시민이 참여해 사진과 일기, 문서 등 1만 1천여 점의 기록물이 수집됐다. 개인의 일상과 기억이 담긴 기록들은 체계적으로 분류·보존되며 전시와 도록 제작, 디지털 아카이브를 통해 시민들과 공유되고 있다.

 

기록관 운영 과정에서는 시민과 행정, 전문가가 함께하는 민·관·학 협력 체계도 구축됐다. 시민은 기록을 기증하며 기록관의 주체로 참여하고, 행정은 이를 관리·활용해 전시와 교육으로 확장하며, 지역 전문가와 학계는 기록물의 역사적 의미를 연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 같은 협력 구조는 기록관을 고정된 보관 시설이 아닌 살아 있는 기록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운영에서 또 하나 주목받는 요소는 시민 기록 도슨트의 활동이다. 교육 과정을 통해 양성된 20여 명의 시민 도슨트는 기록관과 전시장에서 기록물을 해설하며 방문객과 기록을 연결하고 있다.

 

주말과 공휴일에도 이어지는 해설은 기록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기록을 전문가의 언어가 아닌 시민의 언어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같은 시민 참여형 기록 해설 모델은 울산과 대전, 나주, 김해, 청주, 증평 등 전국 각지의 지자체와 기관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익산시민역사기록관은 기록을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닌 시민 누구나 향유하는 문화로 확장하는 데도 힘을 쏟아 왔다.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과 계절·명절 연계 행사는 기록관의 문턱을 낮췄고, 기록관 시간 여행과 원데이 클래스, 스탬프 투어, 음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기록은 ‘보는 것’을 넘어 ‘체험하는 것’이 됐다.

 

이 같은 운영은 방문객 증가로 이어졌다. 개관 이후 1년간 기록관을 찾은 시민은 1만 5천여 명에 이르며, 아이들에게는 교육 공간으로, 가족에게는 추억의 장소로 자리 잡고 있다.

 

기록관은 시민이 기증한 기록물을 단순히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제작에도 힘을 쏟고 있다. 개관 1주년을 맞아 발간된 기록화 연구집 『빛나는 오늘–아이들의 일기로 만나는 익산』은 시민 4명이 기증한 학창 시절 일기를 엮은 책으로, 개인의 성장 기록이 당시 시대상을 보여 주는 생활사 자료로 확장된 사례로 평가된다. 전시와 기록물을 활용한 영상 콘텐츠 제작도 병행해 온라인으로 공개하고 있다.

 

익산시민역사기록관의 지난 1년은 시민 주도 기록문화의 가능성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익산시는 내년을 ‘기록문화 활용의 도약기’로 설정하고 시민 기록가 양성과 심화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한편, 기록관 공간을 활용해 시민과 연구자, 학생들이 기록을 바탕으로 연구와 토론, 콘텐츠 제작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익산시 관계자는 “익산시민역사기록관은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기억으로 완성된 공간”이라며 “이곳이 미래 100년 익산을 이끌 기록문화의 기반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더펜뉴스 최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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