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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릿고개를 건너온 부엌의 기억, 책으로 남다

완주 고산 화정마을 어르신들, 추억의 요리 17가지 담은 〈부뚜막레시피〉 발간

 

“곡식을 아끼기 위해 지어 먹던 보리시라구밥을 아는가. 소주 안주로 그만이던 참새볶음은 또 어떠한가.”

 

완주군 고산면 화정마을 어르신들이 사라져 가는 옛 음식의 기억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화정마을 어르신들이 공동으로 만든 요리책 〈부뚜막레시피〉에는 꼬창떡, 애기고추찜, 우렁이 토란탕 등 세월 속에 묻혀 있던 추억의 음식 17가지가 담겼다.

 

이 책은 특정 개인의 손맛이 아닌, 여러 어르신의 기억과 지혜를 모아 완성한 마을 공동의 요리 기록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각 음식은 어르신들이 직접 겪고 전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하나의 조리법으로 정리됐다.

 

〈부뚜막레시피〉는 2025년 전북특별자치도 마을공동체미디어 활성화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다. 어르신들은 마을회관에 모여 수차례 회의를 거치며 수록할 음식을 선정하고, 각자의 비법을 나누며 조리 과정을 정리했다. 책에 실린 음식 이름과 재료 그림 역시 어르신들이 직접 손으로 그려 넣어 소박한 정취를 살렸다. 제작 과정에는 미디어 활동가 이경선·김상미 씨가 함께하며 책의 기획과 구성을 도왔다.

 

이경선 씨는 “고단했던 시절에도 어머니들의 밥상에는 늘 정과 지혜가 담겨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 느끼게 됐다”며 “〈부뚜막레시피〉는 그 따뜻한 기억을 오늘로 불러온 작은 기록물”이라고 말했다.

 

책에 수록된 음식 가운데 참새볶음, 고구마줄거리탕, 무수전 등 6가지는 요리 영상으로도 제작됐다. 짧은 세로 영상 3편과 조리 과정을 자세히 담은 영상 3편으로 구성됐으며, 책 속 QR코드를 통해 완주미디어센터 유튜브 채널에서 누구나 시청할 수 있다.

 

화정마을 어르신들의 미디어 활동은 성과로도 이어졌다. 〈부뚜막레시피〉는 ‘2025년 전북특별자치도 마을공동체미디어 콘텐츠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지난해 제작한 단편영화 〈그때 그 시절〉로는 ‘2025년 전북특별자치도 영상콘텐츠 대잔치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한편 화정마을 어르신들은 완주미디어센터와 함께 4년째 미디어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영상자서전 제작을 시작으로 사진기록집 〈아느작아느작 꽃마실〉, 단편영화 제작에 이어 올해 요리책 발간까지, 마을의 역사와 삶의 기억을 기록하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더펜뉴스 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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