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춘원 전 JB우리캐피탈 대표의 전북은행장 선임은 단순한 인사 논란을 넘어, JB금융그룹이 안고 있는 구조적 리스크가 한꺼번에 수면 위로 떠오른 사건이라는 평가가 금융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소비자 민원 최다 기록, 김건희 여사 연루 의혹이 제기된 집사게이트 투자, 여기에 금감원 출신 인사들이 촘촘히 얽힌 내부 이너서클 구조까지 맞물리며, 이번 인사는 “문제적 인사를 넘어 문제적 시스템의 결과물”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 “은행장으로선 설명 불가능한 이력”…민원 기록이 말해준다
박 행장은 JB우리캐피탈 대표 재임 시절, 업계에서 드물게 ‘민원왕’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인물이다. 여신금융협회 통계에 따르면 JB우리캐피탈은 2023년 4분기부터 2024년 3분기까지 총 8차례 조사 기간 중 6차례나 민원 건수 1위를 기록했다. 특히 2024년 3분기에는 10만명당 환산 민원 건수 1.09를 기록하며, 주요 캐피탈사 가운데 유일하게 1점대를 돌파했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캐피탈사 민원이 일시적으로 늘 수는 있지만, 특정 CEO 재임 기간에 반복적으로 업계 최상위를 기록했다는 건 경영 기조 자체의 문제”라며 “이런 이력이 은행장 인선에서 아무 제약 없이 통과됐다는 점이 오히려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민원 유형을 보면 불완전판매, 불투명한 계약 조건, 설명 의무 위반 등 소비자 보호 실패가 구조화된 양상을 보인다. 고금리 신용대출과 담보대출 위주의 공격적 영업 전략이 취약차주를 집중 겨냥했고, 이는 그대로 민원 폭증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 IMS모빌리티 투자…사법리스크는 끝나지 않았다
박 행장을 둘러싼 가장 민감한 대목은 김건희 여사 연루 의혹이 제기된 집사게이트다. 2023년 6월, 박 행장 재임 당시 JB우리캐피탈은 오아시스에쿼티파트너스가 조성한 사모펀드를 통해 IMS모빌리티에 10억원을 투자했다. IMS모빌리티는 김건희 여사 일가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 씨가 설립하고 지분을 보유한 업체다.
문제는 투자 당시 이 회사가 심각한 자본잠식 상태였다는 점이다. 정상적인 금융회사라면 투자 심의 단계에서 걸러졌어야 할 사안이 통과됐다는 점에서, 금융권 내부에서도 “경제적 합리성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박 행장은 이 사안으로 김건희 특검팀의 소환 조사를 받았고, 현재도 관련 자료에 대한 국과수 분석 가능성 등 추가 수사 여지가 거론된다. 한 금융지주 리스크관리 출신 인사는 “기소 여부와 별개로, 이런 사안은 은행장 적격성 판단에서 즉시 배제 사유에 해당한다”며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인사를 지역 대표 은행 수장에 앉힌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사진이 보여준 내부 구조…금감원 출신 이너서클의 실체
이번 논란을 키운 또 하나의 요인은 JB금융 내부 인사 구조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JB금융지주와 전북은행 핵심 보직에는 전·현직 금감원 고위 출신 인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이사회, 감사 라인, 주요 임원직에 이르기까지 금감원 출신 네트워크가 입체적으로 연결된 구조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감독과 피감이 한 몸처럼 얽힌 전형적인 회전문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박춘원 인사가 단독 후보로 신속히 정리된 과정 역시, 이 같은 내부 이너서클의 작동 결과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한 시중은행 전직 임원은 “대통령이 직접 ‘이너서클’ ‘돌려먹기’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경고한 상황에서, 전북은행 인사는 그 문제의 교과서 같은 사례”라며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금융권 내부 시스템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 모든 결정의 종착지는 김기홍 회장
결국 논란의 중심에는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이 있다. 민원 최다 기록, 정치적 스캔들 연루 의혹, 사법리스크 당사자를 그룹 핵심 계열사 수장으로 앉힌 인사 결정은 김기홍식 인사 철학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번 인사는 단순히 한 사람을 잘못 뽑은 문제가 아니라, 내부에서 아무도 제동을 걸지 못하는 구조가 이미 굳어졌다는 신호”라며 “그 책임은 인사를 최종 승인한 회장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 전북은행, 공공 금융인가 내부 카르텔의 산물인가
전북은행은 지역 금융의 핵심 인프라다. 그러나 이번 은행장 인사를 둘러싼 논란은 전북은행이 과연 도민과 금융소비자를 위한 공공 금융기관인지, 아니면 금융 엘리트 이너서클의 자리 나눠먹기 대상인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박춘원 인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금융당국의 사후 적격성 검증, 수사기관의 판단, 그리고 김기홍 회장 체제 전반에 대한 책임론이 동시에 불붙고 있다. JB금융이 이 파장을 감당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더펜뉴스 최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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