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미륵산성에서 백제 사비기 시점으로 추정되는 석축 저수조와 목간(木簡)이 출토되며, 산성의 축조 시기와 성격에 대한 실마리가 열리고 있다.
익산시는 (재)전북문화유산연구원과 함께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미륵산성 정상부(장군봉) 아래 평탄지의 발굴조사 성과를 시민과 공유하고자, 오는 11일 오전 11시 현장에서 공개 설명회를 개최한다고 5일 밝혔다.
익산 미륵산성은 해발 430m 미륵산 정상부를 중심으로 형성된 포곡식 산성으로, 둘레만 약 1,822m에 이른다. 기존 조사에서는 통일신라 시기의 유구는 확인됐으나 백제 관련 흔적은 뚜렷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조사를 통해 최초 축조된 원형 석축저수조와 함께 백제 토기류, 가야·고구려계 토기 등 다채로운 유물들이 확인됐고, 특히 ‘병신년 정월(丙申年正月)’이란 간지명이 적힌 목간이 발견되며 백제 사비기와의 연관성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저수조는 수원이 부족한 정상 인근이라는 입지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치밀하게 축조된 점이 주목된다.
저수조는 무른 암반을 판 후 점토, 삿자리, 나뭇잎 등 다양한 재료를 층층이 깔아 방수력을 높였으며, 외벽에는 6단의 차수벽이 조성됐다.
출토 유물 중에는 백제 삼족토기, 병형토기 외에도 가야계 심발형토기, 고구려계 장동호 등 다양한 문화권의 토기들이 확인돼, 미륵산성이 여러 세력 간 교류와 접점에 있었음을 시사한다.
더불어 아가리를 의도적으로 깬 토기들이 다수 발견된 점과 제의적 성격이 짙은 구조에서 출토된 점은, 이 저수조가 단순한 수리시설을 넘어 제의적 의미를 담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는 목간에 남겨진 묵서명을 정밀 판독하고, 토기 분석과 연대 측정을 통해 축성 시기와 미륵산성의 역사적 성격을 보다 명확히 규명해 나갈 계획이다.
설명회는 익산 백제 문화에 관심 있는 시민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참여를 원하는 경우 10일 오후 6시까지 익산시 문화유산과(063-859-5708)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익산시 관계자는 “이번 조사 성과는 미륵산성의 역사적 가치와 백제왕도 익산의 위상을 재조명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라며 “정비·보존 계획 수립에 적극 반영하고, 백제 정체성 확보에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더펜뉴스 최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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