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농복합도시의 농촌 지역이 정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에서 배제된 것을 두고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 심보균 전 행정안전부 차관은 8일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구역 명칭에 가려 도농복합시 농촌의 소멸 위기가 외면받고 있다”며 익산시를 비롯한 도농복합시 농촌 지역을 정부 정책 대상에 포함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심 전 차관은 “현재 정부의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기준은 ‘군(郡) 단위’에만 맞춰져 있다”며 “그러나 도농복합시의 읍·면 지역도 생활 조건과 인구 구조, 소멸 위험은 군 지역 농촌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익산시는 1995년 이리시와 익산군이 통합돼 출범한 전북특별자치도 내 대표적인 도농복합시다. 도시 지역과 넓은 농촌 지역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지만, 과거 익산군에 속했던 읍·면 지역 상당수는 현재 정부가 지정한 인구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돼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심각한 지역을 대상으로 2026~2027년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추진하며, 전국 69개 군 지역 중 10곳을 선정했다. 전북에서는 순창군과 장수군이 시범지역으로 포함됐다. 사업 재원은 국비 40%, 지방비 60%(광역 30%, 기초 30%)이며, 1인당 월 15만 원 수준의 기본소득 지급이 계획돼 있다. 그러나 도농복합시는 공모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제외됐다.
심 전 차관은 “행정구역 명칭이 ‘군’이면 지원 대상이 되고, ‘시’에 속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농촌 지역이 배제됐다”며 “이는 제도 설계 자체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어 “도농복합시 읍·면 주민들은 농어촌 혜택에서는 소외되고, 도시 서비스는 거리와 구조적 한계로 누리지 못하는 이중의 불이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인구 감소 수치를 제시하며 현행 기준의 문제점을 강조했다. 2015년부터 2025년까지 최근 10년간 인구 변화를 분석한 결과, 시범사업 대상인 순창군은 8.05% 감소한 반면, 익산시 농촌 지역(읍·면)은 18.88% 줄어 훨씬 가파른 인구 감소율을 보였다는 것이다.
심 전 차관은 “수치가 말해주듯 ‘군이냐 시냐’라는 간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소멸 위기에 놓여 있는 읍·면 지역인지가 정책 판단의 기준이 돼야 한다”며 “동일한 위기에 놓여 있다면 행정구역에 관계없이 동일한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시범사업 제외를 계기로 정책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에 두 가지 조치를 요구했다. 우선 향후 시범사업 확대 시 도농복합시 읍·면 지역을 우선적으로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전 차관은 “대도시 인접 도농복합시 농촌은 인구 유출 속도가 더 빠른 곳”이라며 “이 지역을 외면한 채 농어촌 소멸을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현재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인 「농어촌 기본소득법안」 심사 과정에서 지원 대상에 ‘도농복합형태의 시(市)에 속한 읍·면 지역’을 명시적으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본 사업 전환 시 지역 간 차별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심 전 차관은 “농민의 땀에는 군과 시의 구분이 없고, 사라져가는 마을이 느끼는 위기의 무게도 다르지 않다”며 “행정구역 명칭이 주민의 삶을 가르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농어촌 기본소득 본 사업의 문이 열릴 때는 군 지역 주민뿐 아니라 도농복합시 읍·면 주민들도 함께 포함돼야 한다”며 제도 개선을 거듭 촉구했다.
더펜뉴스 최민성 기자
저작권자 ⓒ 더펜뉴스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