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전북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특정 후보를 둘러싼 '표절'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천호성 전 전주교육대 교수를 향한 기고문 표절 의혹 보도가 이어지면서, 일부 후보와 단체는 "교육감 자격이 없다", "책임을 져야 한다"며 공개 비판을 제기한다. 그러나 이 논란을 차분히 들여다보면, 사실 확인 영역과 정치적 평가 영역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채 혼재돼 있음을 짚지 않을 수 없다.
먼저 분명히 할 점은 천 교수가 일부 기고문과 칼럼에서 출처 표기가 미흡했음을 인정하고 사과 의사를 표명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언론 인터뷰와 관계자 발언을 통해 확인된 내용이다. 문제로 지적된 글은 삭제 요청됐고, 당사자는 독자와 도민에게 유감을 표명했다. 책임을 전면 부인하거나 사실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다는 점은 중요하게 보아야 할 대목이다.
그럼에도 논란은 멈추지 않고, 일부에서는 이를 '상습 표절', '학문 윤리 붕괴', '교육감 결격 사유'로까지 확대 규정한다. 하지만 이 지점부터는 사실 문제가 아닌 해석과 판단 영역이다. 표현 수위와 평가 범위가 어디까지 정당한지에 대한 냉철한 검토가 필요하다.
학문 윤리 기준에서 볼 때, 학술 논문과 신문 칼럼은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기 어렵다. 학술 논문은 엄격한 인용 규칙과 각주 체계를 전제로 하는 연구 성과물인 반면, 칼럼과 기고문은 시의적 사안을 다루는 의견 및 평론 성격의 글이다. 물론 칼럼에서도 출처 표기는 중요하며 소홀히 다루어서는 안 되지만, 이를 학술 부정행위나 학문 사기와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과도한 해석일 수 있다.
특히 '상습'이라는 표현 사용은 신중해야 한다. 상습성은 단순한 반복 여부만으로 판단되지 않으며, 고의성, 동일한 위법 인식의 지속, 반복을 통한 이익 추구 여부 등 복합적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현재까지 천 교수는 학술 논문 표절로 인한 학계 징계, 연구비 환수, 학위 취소 등의 처분을 받은 사실은 없다. 논란의 대부분은 칼럼과 기고문 영역에 국한되며, 문제 제기 이후 일정 부분 시정되고 사과로 이어졌다. 이를 범죄적 개념에 가까운 용어로 규정하는 데에는 더욱 신중함이 요구된다.
일부에서는 "교육감은 고도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자리"라고 강조한다. 이 주장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도덕성이 완전무결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공직 후보자에게 중요한 것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태도와 책임 방식이다. 잘못을 인정하고 설명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것과, 문제 제기 자체를 부정하거나 회피하는 것은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
현재 논쟁은 검증이라기보다는 '낙인찍기'에 가까워 보이는 대목도 적지 않다. 과거 발언을 끌어와 맥락을 단순화하거나, 성격이 다른 사안을 동일선상에 올려놓은 뒤 사퇴와 퇴출을 요구하는 방식이 반복된다. 진정한 검증은 다양한 사실을 종합해 판단을 유권자에게 맡겨야 하지만, 지금의 흐름은 결론을 먼저 제시하고 평가를 강요하는 모습에 가깝다.
더 우려되는 점은 이 과정에서 교육 정책과 비전에 대한 논의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북 교육은 교사 소진, 학력 격차, 지방 소멸로 인한 학교 감소, 교육 행정의 구조적 한계 등 복합적 과제에 직면했다. 교육감 선거는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경쟁의 장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선거판을 지배하는 담론은 정책보다 도덕성 공방에 치우친다.
사과 이후에도 오직 퇴출만을 요구하는 방식이 과연 교육적인가에 대한 질문도 필요하다. 교육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완벽한 인간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잘못을 인식하고 책임지는 과정 자체가 교육의 중요한 가치다. 책임을 인정한 이후에도 정치적 생명을 끝내야 한다는 논리만 반복된다면, 공적 영역에서 책임 있는 태도를 기대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교육감 선거의 최종 판단자는 언론이나 경쟁 후보가 아니라 전북 도민과 교육 가족이다. 후보자 과오와 해명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유권자의 몫이다. 특정 사안을 이유로 출마 자체를 봉쇄하려는 분위기는 민주적 선택의 폭을 오히려 좁힐 수 있다.
검증과 비판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낙인과 배제로 흐를 때, 선거는 정책과 비전의 경쟁이 아니라 소모적 도덕적 공방의 장으로 전락한다. 전북교육감 선거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이제는 차분한 질문과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민우 / 더케이글로벌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