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방 경운기도 못 들어가던 길이 이렇게 넓고 좋아졌응게, 내 여한이 없당게요.”
전북 고창군 상하면에 사는 노부부가 이재명 대통령 앞으로 보낸 손글씨 편지가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편지에는 오랫동안 방치됐던 마을 앞길을 정비해 준 심덕섭 고창군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담겼다.
편지를 보낸 이는 고창군 상하면 용대마을 왕방굴골에 거주하는 정남인·이민숙 부부다. 두 사람은 집안 형편으로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해 오랫동안 글을 읽고 쓰지 못했지만, 최근 한글을 배우며 생애 처음으로 편지를 썼다. 수신인은 대통령이었고, 내용은 한 지방자치단체장의 ‘길 하나 닦아준 일’에 대한 고마움이었다.
부부가 사는 마을은 전북 고창과 전남 영광의 행정 경계에 위치해 있다. 경계 지역이라는 이유로 행정의 관심에서 멀어졌고, 마을 앞길은 50여 년 전 시멘트 포장 이후 제대로 관리되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며 포장은 벗겨졌고, 비나 눈이 오면 흙과 자갈이 뒤섞인 진창길이 됐다.
길은 폭이 좁고 경사도 급해 경운기조차 오르내리기 힘들었다. 콤바인이나 이양기 등 현대 농업에 필수적인 농기계는 접근조차 어려웠다. 주민들에게 이 길은 불편을 넘어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였다.
변화의 계기는 2023년 봄, 심덕섭 고창군수가 취임 직후 행정 경계지역 실태를 살피기 위해 용대마을을 찾으면서 시작됐다. 군수의 현장 방문에서 주민들의 민원이 직접 전달됐고, 이후 마을 앞길 확·포장 공사가 결정됐다. 공사는 그해 겨울 마무리됐다.
길이 넓어지고 안전해지자 노부부의 일상도 달라졌다. 오토바이를 타고 읍내에 나가 판소리 수업을 듣고, 노인일자리 사업에도 참여하게 됐다. 손주들에게 용돈을 쥐여줄 여유도 생겼다.
부부는 편지에서 “수십 년 동안 안 된다고만 하던 일을 군수님이 직접 와서 해결해 줬다”며 “이 고마운 마음을 꼭 전하고 싶었다”고 적었다.
지역 주민들은 이 사연이 거창한 개발보다도, 생활과 맞닿은 행정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고 말한다. 한 통의 손편지가 지방 행정이 주민 삶에 남긴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더펜뉴스 최은화 기자
저작권자 ⓒ 더펜뉴스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