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완주 상삼리산성이 백제 사비기 만경강 유역 지배의 핵심 거점 성곽이었음이 학술 발굴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이번 조사 성과는 상삼리산성의 구체적인 성격과 축조 시기를 규명한 것으로, 백제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완주군은 17일 “지난 9월부터 진행한 ‘완주 상삼리산성 유적 긴급 발굴조사’ 결과, 성곽 구조와 축조 기법, 출토 유물 등을 통해 이 유적이 백제 사비기에 조성된 성곽임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상삼리산성은 둘레 986.5m에 달하는 대규모 산성으로, 1960년대 초동 조사를 마지막으로 별다른 연구가 진행되지 않아 훼손이 우려되던 유적이다. 이에 국가유산청의 전액 국비 지원으로 추정 남문지와 남성벽 구간을 중심으로 긴급 조사가 이뤄졌다.
조사 결과, 남성벽은 너비 약 10m, 최대 높이 3.75m 규모로, 흙과 돌을 혼합한 ‘토석혼축(土石混築)’ 기법으로 축조된 것이 확인됐다. 특히 성벽 내부 상층부에는 다량의 백제 기와를 점토 덩어리와 함께 깔아 방수층을 형성한 흔적이 발견돼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빗물 침투를 방지하기 위한 구조로, 당시 축성 기술의 수준과 세부 공법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로 평가된다.
또한 성벽 안쪽 평탄지에서는 점토층으로 조성된 집수시설과 함께 주거지, 건물지 등 다양한 유구가 확인됐고, 백제 기와와 토기류 등 유물도 대량 출토됐다. 이를 통해 상삼리산성이 단순한 방어시설이 아닌 행정·군사 기능을 갖춘 백제 사비기 거점으로 활용됐음을 뒷받침하고 있다.
상삼리산성은 인근의 상운리고분, 운교유적 등 마한에서 백제로 이어지는 문화유산들과 함께 고대 만경강 유역의 지배 체계와 사회 구조를 이해하는 핵심 유적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유희태 완주군수는 “상삼리산성이 가진 역사적 가치를 체계적으로 복원·활용해 완주의 대표 문화유산으로 육성하겠다”며 “이번 조사 성과를 토대로 향후 보존 정비 계획을 수립하고, 학술적 활용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완주군은 이번 발굴조사의 주요 성과를 영상으로 제작해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시민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더펜뉴스 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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